전체 insight
💡 공학적 모델링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뇌과학이나 생리학적 기전(Basic Science)에서 출발해야 함.
💡 도메인 지식이 없는 공학적 아이디어는 '로우 레벨(Low level)'에 그칠 수 있음.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기초 지식을 공부해야 함.
💡 라이프스타일 정신의학 분야는 수면, 운동 등 생활 습관 중재를 포함함. 이 분야는 디지털 전환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임을 깨달았음. 이를 위해 관련 교과서를 독파하며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음.
Symposium 1 | 수면
이번 학회 수면 세션에서 가장 크게 남은 인상은, 불면증을 더 이상 하나의 단일한 문제로 보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수면의 기본 원리부터 불면증의 아형, 약물과 행동치료의 조합, 노년기 불면증의 특수성, 그리고 광생체조절까지,
발표들은 공통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치료가 맞는가”를 다시 묻게 했다.
1) 수면의 원리와 약물 작용-노화 매커니즘
수면은 단순히 “피곤하면 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두 개의 큰 축이 맞물려 작동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항상성 과정(Process S, Homeostatic Sleep Drive) :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면 압력이 높아지는 과정
- 일주기 과정(Process C, Circadian Rhythm) : 하루 주기 안에서 졸림과 각성이 조절되는 과정

수면 압력이 일주기 process의 wakeness 정도보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잠이 온다.
즉, 오래 깨어 있었다고 해서 언제나 잘 자는 것도 아니고, 밤이라고 해서 무조건 잠이 오는 것도 아니다.
이 관점은 약물 복용 시점과도 연결된다. 잠이 안온다고 빨리 자고싶다고 약을 일찍 먹는 것이 도움이 될까?
Process-C curve 를 낮춰주는 게 수면제의 역할인데, Process-C가 고점에 있을 때 먹어봤자 Process-S curve와의 차이가 아직 못미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 결과이다. 수면제를 빨리 먹든, 늦게 먹든, 잠에 든 시각은 비슷했고, 수면제 효과 만족도만 다를 뿐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자기 30분 전에 드세요”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기상 시각에서 역산해 복용 시간을 정하는 방식이 환자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발표 내용은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수면은 ‘언제 눕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생체리듬과 수면 압력의 위상이 언제 맞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또한 노화와 함께 수면의 생리도 변한다. 나이가 들수록 서파 수면(slow-wave sleep)과 렘 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이 줄고, 멜라토닌(melatonin) 분비도 감소하며, 일주기 리듬은 앞당겨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노인 환자의 “잠이 얕아졌다”, “일찍 깨고 다시 못 잔다”는 호소는 단순한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변화의 표현일 수 있다.
NOTE.
결국 수면의 원리에 따르면, 수면 압력과 일주기 리듬의 차이가 극대화 될 때를 찾아,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 불면의 다양한 종류
이번 세션에서 반복해서 확인한 것은, 불면증이라는 이름 아래 매우 다른 환자들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환자는 과도한 걱정과 각성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어떤 환자는 통증이나 우울, 야간뇨, 활동량 저하 같은 동반 문제 때문에 잠이 깨지며, 어떤 환자는 나이와 함께 수면 생성 능력 자체가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또한 불면의 원인도 다양한데,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봤다. Source
- 걱정 중심형 : 동반 질환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일 가능성이 많음. 주로 20~30대의 유형임.
- 생리 저하형 : 생리적으로 혹은 생물학적으로 객관적 짧은 수면시간을 동반한 불면증(insomnia disorder with objective short sleep duration)
- 약물 신념 강화형 : 약물을 통해서만 잠을 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룹. 주로 나이가 많은 경우, 이런 양상을 보임.
- 동반질환 결합형 : 동반 질환에 의해 증상이 발현된 경우
NOTE.
불면의 종류를 알아야, 종류별로 적합한 intervention을 설계할 수 있다.
3) MOTIF : 무조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iCBT-I)가 답은 아님
Multimodal Optimized Treatment for Insomnia Framework (MOTIF)는 불면증 치료를 “무조건 행동치료 먼저, 약은 최대한 적게 나중에”라는 일괄 전략이 아니라, 환자의 생리적 수면 가능성과 선호, 기능 저하 정도를 반영한 맞춤 조합 전략으로 재구성한다.
핵심은 약 없이는 치료가 어려운 생리 저하형 유형이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아래와 같은 지침을 선호한다.
- 약 없이 가능 → CBT-I / iCBT-I 우선
- 약 없이는 어려움 → 약물 + 행동치료 병행이 더 현실적
그리고 수면제 중독이라는 것도, 관점을 세분화할 필요를 언급했다. Source
| 구분 | 정의 | 임상적 특징 | 개입 목표 | 개입 전략 |
| Dependence (의존) | 약물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적응 상태 (중단 시 금단 발생) | 약을 끊으면 불면, 불안, 초조, 신체 증상 악화 | 금단 최소화 + 기능 유지 | 점진적 감량(tapering), CBT-I 병행, 대체 수면 전략 |
| Tolerance (내성) | 동일 효과를 위해 더 높은 용량이 필요해지는 상태 |
기존 용량으로 수면 효과 감소, 점진적 증량 경향 | 효과 회복 + 과용 방지 | 용량 재평가, 약물 교체 또는 병용, drug holiday 고려 |
| Misuse (오용) | 치료 목적은 유지되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 |
처방보다 더 자주/많이 복용, 상황적 의존 (스트레스 시 복용 증가) | 사용 패턴 정상화 | 복용 교육, 명확한 복용 규칙 설정, CBT-I 및 행동 개입 |
| Abuse (남용) | 비치료적 목적의 반복 사용 + 기능 손상 동반 |
통제 어려움, 사회/직업 기능 저하, 문제 발생에도 지속 사용 | 사용 통제 회복 + 기능 회복 | 구조화된 감량, 중독 치료 접근, 정신과 협진 및 동반 질환 치료 |
NOTE.
MOTIF가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하다. 무조건 디지털 치료가 답인 것도 아니고, 무조건 약이 나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환자에게 어떤 조합이 맞는가를 먼저 스크리닝하는 것이다.
4) 노년 불면증 : iCBT-I 의 한계
노년기 불면증 세션은 특히 현실적이었다. 교과서적으로는 CBT-I가 여전히 1차 치료이고, 실제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연구에서도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 행동치료(behavioral therapy),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모두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문제는 순응도가 5%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년층에서는 순수 불면증만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다. 통증, 우울, 불안, 야간뇨, 낮 활동량 저하, 낮잠, 다약제 복용, 동반 신체질환이 얽혀 있기 때문에, 표준화된 CBT-I 프로토콜만으로는 실제 생활을 바꾸기 어렵다. 더구나 많은 환자들은 “나이 들면 원래 못 자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약을 더 선호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iCBT-I의 높은 연구 효과를 그대로 임상 현실에 투사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Source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노년층에서는 수면에 대한 역기능적 믿음의 양상이 젊은 층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수면 불안이나 걱정보다, “약 없이는 못 잔다”는 약물 필요성 신념이 더 강한 유지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처방 수면제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약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믿고, 잠재적 해로움은 덜 우려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노년기 불면증에서 단순한 인지 재구성보다 약물 신념 교정과 자기효능감 회복이 더 중요한 치료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NOTE.
핵심은, 노년 불면증은 단순히 “젊은 성인 불면증 + 나이”가 아니다. 병태생리도 다르고, 동기도 다르고, 약물에 대한 믿음도 다르다는 것.
따라서 노년층에서는 표준 iCBT-I의 단순 적용이 아니라, 통증·활동량·약물 신념·수면 효율 저하를 포함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5) 불면의 전자약 : Photobiomodulation (PBM)
광생체조절(photobiomodulation, PBM)은 적색광 또는 근적외선을 이용해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접근인데, 수면과 연결되는 기전이 흥미로웠다.
- ATP 증가 : 핵심은 미토콘드리아의 시토크롬 c 산화효소(cytochrome c oxidase)가 빛을 흡수해 에너지 대사를 변화시키고, 그 결과 아데노신 삼인산(adenosine triphosphate, ATP) 생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아데노신 증가로 Process-S 기여 : ATP가 세포 밖으로 나오면 아데노신(adenosine)으로 대사될 수 있는데, 아데노신은 수면 압력을 높이는 분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PBM이 간접적으로 항상성 과정(Process S)에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말하자면 “아데노신을 외부에서 직접 넣을 수는 없지만, 뇌 안에서 더 잘 만들어지게 할 수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후보가 PBM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PBM은 산화질소(nitric oxide) 매개 혈관 확장을 통해 뇌혈류와 산소화를 높일 수 있고, 수면과 연관된 뇌 영역의 대사 기능을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PBM은 단순히 “빛을 쬔다”는 수준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기능, 에너지 대사, 뇌혈류, 수면 항상성 사이를 잇는 꽤 매력적인 translational 주제가 된다. Source
다만 현재 시점에서 PBM은 tDCS와 함께 어디까지나 가능성 있는 치료 후보이지, 확립된 치료는 아니다.
Note.
그래도 생리학적 기전을 타겟해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시도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부러웠다. GIST의 김태 교수님이 이런 것들을 연구하셔서 창업까지 연결하셨다.
https://sites.google.com/view/tneurolab/home
T-Neuro Lab
Sleep well Live well Vice versa Vincent Van Gogh, "Noon: Rest from Work" (after Jean-François Millet), 1890
sites.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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